일상이 망가졌다. 작년 한해동안 공들여 만들었던 내 일상이 요 몇개월 사이 확실히 망가졌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는 일이 더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었다. 기회비용이라고, 다른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치부할수도 있다. 의지와 노력이 두배쯤 컸다면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선택했다고 밝힐수는 없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만큼 바빴던건 사실이다. 그만큼 바빴기 때문에 일상이 무너져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으니 잠시 일상을 내려놓아도 되는거라 생각했다. 5개월즘 지나고 나서야 내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일상이 무너지니 정신적으로 약해졌다. 별것 아닌 한마디에 소심하게 상처받고 힘들어했다. 남들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갈피를 못잡게 됐다. 내가 원래 그정도 사람밖에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일상이란게 대단한건 아니다. 잠시 책을 안읽고 글을 안쓰고, 개발공부를 덜하고 달리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어제와 오늘이 같다해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삼포세대 처럼 내가 이룰수 없는걸 아예 포기해 버리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는 '고양이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버린 하루가 진짜 고양이로 변한것처럼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고양이의 보은).
나를 잃어버리면 오로지 남의 인생만 보인다.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혹은 주변의 어느정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사람처럼 되야지, 저 사람처럼 되야지 생각하게된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 그 이면에는 탄탄한 일상과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굉장히 탄탄하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자신의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새 성공에 이른다. 이런 과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을 쫓는다.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성공한 사람들과 자신의 갭이 꽤나 크다는것을 발견한다. 이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람처럼 되는건 힘들겠다 생각하고는 이내 포기해버린다. 그러고는 또 다른 사람을 찾는다. 악순환이다.
5월부터는 일상을 되찾는 노력에 집중할 생각이다. 일상은 남의 인생이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탄탄하게 지켜줄 나의 양분이다. 그런 내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흔들리게 되었다. 쉽지 않겠지만, 다시 일상을 되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