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2018년을 회고하는 글이 많이 보인다. 아마 트위터 팔로워 수가 늘어서 그런것 같다. 사실 나는 해가 바뀌는걸 그닥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해가 바뀌는건 인간이 날짜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1년간의 회고만큼 확실한 소재는 없다. 그래서 나도 남들처럼 나의 2018년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2018년 한해는 크게 다섯가지로 나눌수 있는것 같다 개발, 운동, 영어, 독서, 글쓰기.
개발
본격적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프론트엔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확실한 기회가 없었다. 2017년 여름부터 CMS사이트 하나를 react로 만들긴 했지만, 사내에서만 이용하는 사이트기 때문에 웹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최초 로딩 속도가 빠를 필요도 없었고, 검색사이트 최적화(SEO)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간단히 create-react-app을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react를 익히는데는 충분한 프로젝트였지만, 이왕이면 많은 유저들에게 서비스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
다행히 2018년 초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회사에서 서비스하던 레거시 프로젝트(spring + jsp)를 react 기반으로 포팅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실제로 서비스되고 있는 웹사이트였기 때문에 기존의 CMS사이트와는 많이 달랐다. 로딩속도도 중요하고, 검색사이트 최적화도 필수였다. 기존의 SPA 방식으로는 이 조건을 만족하기 어렵다. 그래서 nextjs기반으로 MPA(Multi Page Application)
로 구축하게 되었다.
개발 영역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개인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이다. 1년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고 실제로 만드려고 시도는 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아이와 시간도 보내야하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할일이 많아서 못했다고 할수도 있다. 맞다. 이건 핑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강한 의지를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내겐 그렇다), 의지만 있었다면 뭐라도 만들지 않았을까? 2019년 회고에는 반드시 개인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길 기대해본다.
운동
2018년을 시작하면서 회사 동료와 함께 수영을 다녔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점심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긴 했지만, 수영장에 가려면 차로 이동해야 했기에 충분히 운동하기는 힘들었다. 고작 15분. 이정도로는 내 체력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름 즈음, 마라톤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마라톤이 떠오른 이유는 모르겠다. 이사해서 그런가?아무튼 회사에 마라톤을 꽤 해본 동료가 있어서 우선 같이 참가하기로 했다. 9월 중순에 열리는 아디다스 마라톤(10k밖에 없다)에 등록하고 8월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집앞 하천이 잘 정비되어 있어(아직도 정비 중) 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9월부터 11월까지 달마다 대회(10k)에 등록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쉽게 포기하는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세번의 대회동안 기록은 나날이 좋아졌다. 59분 -> 55분 -> 51분. 브라보!!
겨울에는 춥기도하고 미세먼지도 심한날이 많아 쉬고 있다. 그리고 내년 3월에 다시 대회에 나갈 생각이다. 우선 50분 안에 골인하는게 첫 목표다. 그다음은 하프마라톤.
영어
영어공부에 시간을 많이 낼수 없다. 물론 잘하고 싶지만, 지금은 굳이 영어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미권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렇다. 내가 선택한 공부방법은 같은 영상 반복 재생 및 쉐도잉이다. 출퇴근시간 동안 미드 또는 영화를 50번정도 반복해 들으면서 대사를 따라한다. 처음에는 모던패밀리 시즌1로 시작했다. 시즌1 5회까지 각 50번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트콤이다보니 말도 빠르고 미국 문화를 잘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농담도 많이 나오더라. 그래서 디즈니 애미메이션으로 갈아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푼젤, 지금까지 25번 듣고 따라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지하철 또는 버스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소리내서 따라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문장을 듣고 외우는것도 중요하지만 쉐도윙할때는 발음과 억양이 더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진 않았다. 익힌 문장을 직접 사용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어느정도 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만둘 생각은 없다. 2019년에도 올해처럼 계속해서 쉐도잉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이어나갈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학원이나 영어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볼까 생각중이다. 물론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독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작년(2017) 말에 100일에 33권 읽기
프로젝트(소설X)를 진행했을때만 해도 꽤나 열혈 독서가였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어느정도는 그 열기를 이어갈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년간 읽은 책이 20권이 넘어가지 않는건 확실하다. 최악이다. 양질의 책을 읽는것도 중요하겠지만 2019년엔 독서의 절대량도 늘려야겠다.
그나마 2018년의 독서로 두가지는 확실히 얻었다. 유발 하라리
라는 작가와 정유정
이라는 작가.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는 내게 역사와 경제, 정치, 철학, 종교등 다양한 분야를 관통하는 통합적 사고가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역시나 7년의 밤으로 유명한 정유정은 내게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그동안 한국 작가를 알게모르게 무시(?)해왔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내 독서리스트에는 대부분 유명한 외국 작가의 책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하지만, 외국 작가의 책은 번역
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 가치가 반감되기 쉽다. 그럼에도 왜 지금껏 외국 작가의 책만 고수해왔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2019년에는 한국 작가의 책을 대거 읽어볼 계획이다. 주로 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글쓰기
마지막으로 글쓰기다. 블로그를 시작(?)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글을 제대로 써보자고 생각한건 올해 6월쯤이었던것 같다. 3개월 정도는 정말 많이 썼다. 짧지 않은 글을 일주일에 2-3개씩 썼으니 지칠만도 했다. 그래서인지 9월부터 글쓰기 빈도가 확 떨어졌다. 11월, 12월에는 개수가 하나씩이다. 12월에는 지금쓰는게 전부다. 2019년에는 조금만 더 개수를 늘려보자. 100개는 무리겠지. 50-100개 정도면 어떨까? 일주일에 하나만 써도 50개다. 숫자가 작아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처음에는 개발 블로그와, 비개발 블로그를 분리해서 운영해왔다. 글도 얼마 안쓰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싶어 이참에 통합했다. 이왕에 통합하면서 공부하는셈 치고 react 기반의 gatsbyjs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아직 블로그가 완성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개선해야할것들이 산더미다.
총평
나이가 들면서 이것저것 많은것들을 새로 시작하는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심플해야 한다. 몇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그것에 집중하는게 미래의 나를 위해 도움되는 길이다. 2019년에도 위 다섯가지 분야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겠다. 100점 만점에 100점을 기대하기는 무리겠지만, 적어도 70점에서 80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참고로 올해 제 점수는요. 60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