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프로그래머로(6) - 프로그래머의 시작
2015-02-17

T 아카데미를 알게된건 사실 KT 에서 운영하는 에코노베이션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창업에 대한 열망이 강하던 시기여서, 창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한 여러곳의 다양한 강좌를 찾아다니고 있었죠. 마침 에코노베이션에서 창업 관련 2 일짜리 단기 강좌가 있더라구요. 수익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는 연습을 하는 강좌였습니다. 생각보다 강의의 질이 괜찮았고, 강사진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에코노베이션 홈페이지를 살펴보던중 에코노베이션 강의 목록에 창업관련 교육만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디자인, 기획,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죠. 게다가 전에 컴퓨터 학원에서 수강하지 못했던 안드로이드 과정도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공짜!! 완전 대박, 이건 꼭 수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원에서 안드로이드(대략 3 개월 과정) 과정을 수강하려면 거의 200 만원 정도의 수강료(계좌제로 지원받으면 20 프로인 40 만원만 내면 되겠죠!!)가 필요했는데, 공짜라니.... 그리고 KT 같이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 학원처럼 허술하진 않을거란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당장 안드로이드 과정을 수행하려고 했더니 선수과목이 필요하더군요. 당시의 과목명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안드로이드 개발을 위한 자바 고급과정" 같은 느낌의 이름이었습니다. 고급과정이라.. 완전 초보에 가까운 제가 과연 고급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죠. 괜히 이름에 겁먹은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 수강을 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들어야만 했기에 수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로 선발 기준이 있는건 아니여서(T 아카데미의 전문과 가정은 인터넷 필기 + 면접) 신청 후 바로 수업에 들어갔었습니다. 또다시 멘붕. 맨 처음으로 강사가 간단한 실습을 시켰는데, VO 가 뭐고 DAO 가 뭐고 어쩌고 저쩌고.. 겨우 자바의 기초만 익혀왔던 제게는 강사가 말하는 말이 외계어와 다를바 없었습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놓고 있어야만 햇죠. 멘붕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한시간 동안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엉덩이를 붙이고 의자에 앉아 있어본들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질것만 같았기 때문이죠. 결국 쉬는시간을 틈타 짐을 챙기고 찜찜한 마음과 함께 황급히 자리를 뜨게 되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자괴감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창업 아이템에만 몰두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 검색중에 우연히 SK 플래닛에서 운영하는 T 아카데미란게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T 아카데미란 말하자면 KT 에코노베이션과 비슷한 기관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자인, 개발, 기획등을 교육하고 가능하다면 일자리도 연결해주는 일종의 교육기관이지요. T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강의들을 본 순간 한동안 잠자고 있던 개발에 대한 열망(?)이 또다시 꿈틀거렸습니다. 좌절을 한번 겪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모르게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그때는 개발을 업으로 삼겠다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시기라 그런지 굳이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을까요? 창업에 열광하던 두 청년은 더 이상은 시간낭비라는 걸 깨달았는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여기서 그만 두는게 좋을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8 개월의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많은 생각과 시도를 했고, 또 창업하기에는 서로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걸 절실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막상 결정을 내리고 나서 이제는 뭘 해야할까 고민하던 찰나, 잠깐 묵혀두었던 T 아카데미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직 모집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지 급하게 확인을 해보았는데 다행히도 마감되지는 않았더라구요.

T 아카데미에서 전문가 과정을 등록하려면 총 두가지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첫째는 온라인 시험입니다. 다양한 수강과목들은 각각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기본지식을 갖춘 사람이 수강의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만약 아무런 기본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꽤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면, 수강생에게도 시간낭비일뿐 아니라 강의를 개설한 T 아카데미도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강의를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본 소양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시험제도를 마련해 둔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온라인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기 위한 면접입니다. 심층면접은 아니고 과정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해서 최종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의 의지를 보는 정도의 면접이에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면접의 성패는 전공지식이나 코딩 실력보다는 하고자하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하더라구요~(참고하시길..)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온라인 시험의 버튼을 힘껏 눌렀습니다. 기회는 총 세번, 그 중에 일정 이상의 점수를 넘으면 통과하는 형식입니다. '시험'이라고 해도 기회를 세번이나 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혹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인터넷에 검색해보거나 직접 코드를 작성해보면 손쉽게 풀 수 있습니다. 제가 등록한 '안드로이드 전문가 과정'은 안드로이드의 개발 언어인 자바(JAVA) 기초문제가 20 개 정도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리 쉽고 검색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저는 기초가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첫번째와 두번째는 간발의 차로 떨어졌었지요.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세번째 만에 겨우 성공했었습니다. 만약 세번째 시험까지 떨어졌으면 지금쯤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

가까스로 온라인 시험에 통과하고 난뒤 며칠이 지나자 T 아카데미 측에서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프로그래밍 지식에 대해서 물어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불안불안해서 면접을 보기전날까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던 JAVA 책만 주구장창 보고 있었지요. 아무리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혹 면접시 잘모르는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 관련 지식을 물어보게되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솔직하게 잘 모른다고 말하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구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면접날이 다가왔습니다. T 아카데미는 서울대학교 내에 SK 텔레콤 연구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 호선 낙성대 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5 분쯤 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면접보러왔다고 데스크에 말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저 말고도 몇명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잠깐 기다리니 세명을 호명하고는 면접장소로 들어오라고 하더라구요. 세명이 동시에 면접을 봤는데, 그때가 겨울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저랑 같이 면접 봤던 두 친구는 모두 컴퓨터 전공 대학생인듯해 보였습니다. 면접이 시작되고 면접관 두 명(아마 강사인듯 보였습니다.)이 먼저 저말고 나머지 두 친구에게 약간의 전공관련 지식을 물어보셨습니다. "아~ 망했다..떨어지겠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저한테는 전공관련 지식은 전혀 물어보지 않으시더라구요. 자신있게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는 면접실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붙거나 떨어져도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거라 생각했었죠^^;;) 면접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긴장이 됐었고 면접이 끝나니 속이 다 후련해 지더라구요. 그리고 며칠 후 당당히 합격~!

드디어 안드로이드 전문가 과정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뭔가 이룬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 이제 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이죠. 그러나 아직도 이 과정을 통해서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앱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창업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단순한 생각은 수업을 듣고 앱을 만들어가면서 점점 바뀌게 되는데요. 다음에는 T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익히고 앱을 만들었던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