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프로그래머로(4) – 학원에 등록하다
2014-11-02

IT 관련 학원,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지하게 비쌉니다. 한달 단과반, 하루 3 시간 강의를 수강하면 보통 40 만원 정도가 들어요. 영어학원이나 다른 여타 학원들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비싼편입니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일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싸다는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관련 학원들을 자세히 알아보면 뭔가 이상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학원을 알아보더라도 거의 비슷한 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수강료 마저 비슷한 선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엔 분명히 뭔가 있어보이지요.

90 년대 말에서 2000 년 초반 벤처 붐이 일어날 당시에 정부에서는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엄청난 지원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 지원금 중에서 일부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하는 학원으로 흘러들어갔지요. 이때 새롭게 발생한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컴퓨터 학원들이 많이 생겼겠지요. 그리고 그 결과 초급 개발자(주로 PHP 등의 웹 개발자)가 대량으로 양산되었고 개발자의 몸값도 확 내려갔습니다. 아마도 이때 정부의 지원에 의해 만들어진 학원들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제가 언급한 위의 내용들은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제 개인적인 추측이니 감안해서 보시면 될것 같네요^^).

이렇게 비싼 컴퓨터학원에 가보면 여전히 많은 수강생들이 다니고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싼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은 제 돈주고 강의 듣지 않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지원금을 받아서 무료로 강의를 듣거나 일부 금액을 내고 듣기도 합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 재직자 과정, 내일배움카드카드제(계좌제, 이하 계좌제) 등 입니다. 중소기업 재직자 과정의 경우는 처음에 전액을 지불한 다음 규정에 명시된 출석률에 도달하면 전액을 돌려받는 형태입니다. 계좌제(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의 경우에는 20 퍼센트만 지불하고 나머지 80 퍼센트를 지원받는 형태이죠. 예를 들어서 40 만원짜리 단과반 강의를 듣는다면 중소기업 재직자는 100% 환급이 가능하니 무료이고, 계좌제(조금 후에 설명드리겠습니다)를 이용하는 사람은 20%인 8 만원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정부지원금으로 지불합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수강료를 모두 지불하고 강의를 듣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한달 강의에 40 만원은 쉽게 낼 수 있는 돈이 아니죠. 그런데 강의를 직접 들어보면, 이게 과연 한달 강의의 가치가 될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이들 학원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이용하여 강의료를 엄청 올린다음 마치 이 비싼 강의를 싸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생색을 내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돈은 돈대로 정부로부터 받아내고 수강생들에게 생색은 내는대로 낸다는 말입니다.

계좌제 홈페이지 들어가기

여기서 계좌제를 모르시는 분들은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계좌제의 공식 명칭은 내일배움카드제입니다. 2010 년에 정식으로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2010 년 이전에도 지원 제도가 없진 않았는데, 2010 년에 이름을 바꿔서 규정을 정리한것으로 보입니다. 계좌제는 직업을 가지지 못하거나 실직한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내일배움카드(계좌제 카드)를 발급하여 일정금액(200 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대학졸업자, 실직자, 구직자 등 현재 직업이 없는 성인은 대부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40 만원짜리 단과반을 수강한다면 20%인 8 만원은 본인 부담으로 결제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32 만원은 정부 지원금 200 만원에서 차감됩니다. 즉, 단과반을 한달 수강하고나면 지원금이 168 만원 남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남은 금액 한도내에서 어떤 강의든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 최초에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을 때 본인이 취직하려는 직종과 일치하는 강의여야하지요.  강의를 잘 들으면 보너스도 있습니다. 수업에 빠지지 않고 대부분을 출석하면,  교통비랑 식비를 11 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완전 대박이죠!! 여기서 또 한가지 주의하실점은 지원금은 발급일로부터 1 년안에 꼭 사용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2011 년에 지원받은 거라 위의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정확한 내용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 학원들에서는 이 계좌제에 맞춰서 안드로이드 전문가 과정, 아이폰 전문가 과정, 오라클 전문가 과정 등의 3~6 개월 과정을 많이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들은 완전 기초(C, JAVA 등의 언어)에서부터 각각의 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반지식을 모두 배웁니다.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나면 학원에서 우수(?) 중소기업에 취업을 연결시켜주기도 합니다(취업하기 쉬워보입니다만...).

저는 당시(2011 년)에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는 입장이어서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 고민이었습니다. 공과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공학이라는 이유로 C 언어조차 배우지 않은 상태였기에 무엇부터 어떻게 배워야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고 조언을 구할데도 마땅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친구와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상태여서 남들처럼 풀타임으로 3~6 개월 과정을 진행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2011 년은 스마트폰이 한창 뜨고 있을 때였죠. 학원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과정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싶었죠. 하지만 학원에 알아본결과, 모바일 과정은 대부분 3 개월 이상의 풀타임(오전 9 시~오후 6 시)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단과로 개설된 과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단과만 가능했던 저는 이런 풀타임 과정을수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의 상담사와 상담을 한 끝에,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는 언어인 자바 단과반을 수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이 때의 선택이 아직도 이어지네요^^)